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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후무스 (이스라엘, 레바논, 레시피 비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후무스 (이스라엘, 레바논, 레시피 비교)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주재료로 만든 중동 지역의 대표 음식이자, 전 세계 비건 및 건강식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요리입니다. 그러나 이 단순해 보이는 요리를 두고 중동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원조 국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후무스를 둘러싸고 정체성과 문화를 걸고 경쟁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음식 논쟁을 넘어 정치적, 문화적 갈등으로까지 확장됩니다. 이 글에서는 후무스의 기원에 대한 양국의 주장, 실제 레시피 비교, 그리고 후무스를 둘러싼 문화적 함의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이스라엘의 후무스 문화와 정체성

    이스라엘의 후무스 문화와 정체성
    이스라엘의 후무스 문화와 정체성

    이스라엘에서는 후무스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입니다. ‘국민 음식’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일상 식단 속에 깊게 뿌리내려 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나 후무스를 곁들인 음식이 등장하며, 대부분의 이스라엘 레스토랑에는 전통적인 후무스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이스라엘은 다양한 유대인 이민자들이 모인 다문화 사회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동유럽의 요리가 융합되면서 후무스는 자연스럽게 유대인의 민족 정체성과 결합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 후무스를 자국의 전통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글로벌 홍보 전략에서도 후무스는 빠지지 않습니다. 뉴욕이나 파리 같은 국제 도시의 이스라엘 식당에서는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후무스를 앞세워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활용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후무스가 단순한 음식에서 ‘문화 외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식 후무스 레시피는 전통적인 중동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대화된 조리법과 고급 식재료의 사용에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유기농 병아리콩, 프리미엄 올리브오일,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첨가해 맛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퓨전 후무스 메뉴도 인기를 끌며, 비트 후무스, 아보카도 후무스 등 다양한 변형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내에서 후무스는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넘어서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음식입니다. 젊은 층은 테이크아웃 형태의 간편식으로 즐기고, 노년층은 전통 방식으로 후무스를 먹으며 세대를 초월한 음식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군대 급식이나 학교 급식에서도 후무스가 자주 등장할 만큼, 생활 전반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죠. 특히 주말 브런치 문화에서도 후무스는 빠질 수 없습니다. 샥슈카나 팔라펠과 함께 곁들여지는 후무스는 ‘이스라엘식 브런치’의 핵심이며, 이는 곧 이스라엘의 식문화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위상을 반영하듯, 이스라엘 요리사들은 국제 요리 대회에서 후무스를 주제로 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후무스를 ‘자국 대표 음식’으로 국제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는 셈입니다.

    레바논의 후무스 원조 주장과 음식에 담긴 자존심

    레바논의 후무스 원조 주장과 음식에 담긴 자존심
    레바논의 후무스 원조 주장과 음식에 담긴 자존심

    한편, 레바논은 후무스의 ‘진정한 고향’이라 주장하며 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의 후무스 마케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레바논의 요리사들과 음식 문화계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후무스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자국의 전통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해 왔습니다. 2008년과 2010년, 레바논은 세계에서 가장 큰 후무스를 만들어 기네스북에 등재함으로써 자국의 원조성을 국제적으로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후무스를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매 끼니마다 빠지지 않는 기본 반찬으로 후무스는 등장하며, 특히 타불레, 파타이어, 바바가누쉬 같은 전통 음식들과 함께 제공되어 하나의 음식문화 세계를 형성합니다. 이는 후무스를 ‘독립된 요리’가 아닌 ‘음식 문화의 일부’로 바라보는 레바논 특유의 식문화 시각을 보여줍니다. 레바논식 후무스는 신선한 레몬즙과 강한 마늘 풍미가 특징이며, 타히니의 사용 비율도 조금 더 높아 진한 맛을 냅니다. 특히 레바논 후무스는 부드러운 질감과 농도가 중요시되며, 병아리콩의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어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조리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섬세한 맛과 식감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요리 전통은 후무스를 단순한 한 끼가 아닌, 정성과 정체성이 담긴 상징으로 승화시킵니다. 레바논은 지금도 국제 푸드 페스티벌, 요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후무스를 문화유산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레바논의 후무스에 대한 자부심은 단순한 요리 영역을 넘어 민족 정체성의 일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후무스는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는 식사 자리의 필수요리로, 조부모로부터 손자녀 세대까지 함께 만들며 ‘가정의 맛’을 계승하는 상징적인 역할도 수행합니다. 특히 레바논 북부와 동부 지방에서는 지역별로 향신료나 타히니 농도가 조금씩 다르며, 이는 각 지역의 미각 전통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또한 레바논은 자국의 전통 요리를 보호하기 위해 후무스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는 단지 음식이 아닌, 역사적·문화적 자산으로서 후무스를 보존하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일부 요리학교에서는 전통 방식의 후무스 만들기를 정식 교육과정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후세에게 음식 유산을 교육적으로 전승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후무스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과 레시피 비교

    후무스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과 레시피 비교
    후무스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과 레시피 비교

    후무스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논쟁은 단순한 음식 원조 논란을 넘어, 정치적 갈등과 문화 정체성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양국은 오랜 시간 외교적 긴장 관계에 있으며, 음식이라는 ‘부드러운 힘’을 통해 자국의 정체성을 세계에 각인시키려는 시도를 해왔습니다. 후무스는 그런 상징적인 도구가 된 셈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논쟁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후무스의 뿌리는 수천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팔레스타인, 요르단, 시리아 등 중동 전역에서 비슷한 형태의 병아리콩 요리가 존재해 왔습니다. 그만큼 한 국가의 ‘소유물’로 보기에는 어려운 음식이지만, 문화적 상징성은 충분합니다. 레시피의 세부 차이를 비교해 보면, 이스라엘식은 보다 현대적이며 다양한 재료의 조합을 실험하는 반면, 레바논식은 전통의 맛과 질감을 중요시합니다. 이스라엘식은 때로는 병아리콩 외에도 렌틸콩이나 고구마, 채소 퓨레를 섞는 등의 변형이 많지만, 레바논식은 병아리콩의 순수한 맛과 타히니의 균형을 그대로 살리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식 후무스는 올리브오일과 파프리카 파우더를 토핑으로 자주 사용하며, 피타 브레드와 함께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레바논식은 신선한 파슬리, 소금 간을 줄이고 강한 마늘 풍미를 강조하며, 보통 채소와 함께 담백하게 즐깁니다. 이처럼 같은 요리지만 문화적 배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색’을 갖게 되는 것이 후무스 논쟁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후무스를 둘러싼 논쟁은 음식 저작권, 원산지 보호 표시(PGI) 등 국제 식품 산업의 법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이나 WTO 같은 국제기구에서 음식 명칭과 레시피의 지리적 기원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레바논은 후무스의 원산지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외교적 시도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무스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후무스를 통해 ‘건강하고 혁신적인 식문화 국가’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반면, 레바논은 ‘역사와 전통의 깊은 뿌리를 가진 식문화’를 강조합니다. 이처럼 후무스 한 그릇에 담긴 의미는 단순한 영양과 레시피를 넘어, 식문화를 둘러싼 국가 간의 경쟁과 자존심의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입니다.

     

     

    후무스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논쟁은 단순한 요리 레시피의 차이를 넘어,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 그리고 문화적 자존심이 담긴 깊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후무스가 전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입니다. 각국의 후무스가 가진 차이점은 ‘누구의 것이냐’보다 ‘어떻게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인의 식탁에서 후무스는 더 이상 특정 국가의 음식이 아니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대표하는 글로벌 레시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후무스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받는 만큼, 우리는 그 다양성과 이야기를 함께 존중하며 즐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한 그릇의 후무스는 결국, 음식이 가진 문화적 힘과 역사를 맛보는 소중한 경험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우리는 후무스를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공유의 문화유산’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음식을 통해 갈등보다는 이해와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식문화의 발전 방향입니다. 앞으로도 후무스는 다양한 지역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교류하는 데 있어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식이든 레바논식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빚어진 후무스는 서로 다름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세계인의 식탁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 출처 

    • 후무스의 역사: Britannica – History of Hummus
    • 이스라엘 식문화: Israeli Ministry of Foreign Affairs – Food & Culture
    • 레바논 후무스 기록: Guinness World Records – Largest serving of hummus
    • 후무스 국제 논쟁: Al Jazeera, “Who Owns Hummus?”
    • 전통 후무스 레시피 참고: The Lebanese Cookbook, Israeli Kitchen
    • 중동 요리 비교 자료: Oxford Food Studies Journal Vol.38
    • 푸드 디플로머시 관련 논문: Culinary Nationalism in the Middle East – Cambridge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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